패리스, 텍사스(Paris, Texas, 1984)는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는 영화였어요. 대사가 적고 사건도 많지 않은데, 침묵과 풍경, 표정 속에 감정이 폭풍처럼 몰려왔어요. 단순한 로드무비가 아니라, 인간의 상처와 회복, 그리고 사랑의 잔해를 그린 아주 깊은 드라마였어요.
특히 황량한 미국의 사막과 고요한 도시는 마치 인물의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는 배경처럼 느껴졌고, 영화가 끝나고도 오랫동안 여운이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줄거리, 간단히 정리해볼게요
텍사스 사막에서 말을 잃은 채 걷고 있던 트래비스. 그는 4년 전 가족을 떠나 사라진 인물이에요. 동생 월트가 그를 데려가지만, 트래비스는 여전히 말이 없고 어딘가 멍하죠.
조금씩 기억을 되찾아가는 트래비스는, 어린 아들 헌터를 다시 만나게 되고, 아내 제인 역시 따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는 아이를 돌보며 제인을 찾아 나서고, 마침내 유리창 너머의 대화라는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이어지게 돼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누가 뭐래도 **트래비스와 제인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전화기로 이야기하는 장면**이요. 그 장면은 그냥 말이 필요 없는 진짜 ‘영화적 명장면’이에요.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마음을 다 쏟아내는 그 고백은, 너무 인간적이고 너무 아팠어요.
“그 남자는… 당신이에요.” 제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할 때, 관객도 울지 않을 수 없죠. 그 장면만으로 이 영화는 평생 기억에 남을 가치가 있어요.
패리스, 텍사스를 보고 느낀 점
이 영화는 ‘사랑의 실패’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 실패 이후에 남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완전한 화해도, 명확한 해답도 없어요. 하지만 트래비스가 아이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조용히 사라지는 모습에서, 한 인간의 변화와 책임감이 너무도 조용히, 깊이 전달됐어요.
빔 벤더스 감독은 인물의 감정을 말이 아니라 ‘공간’과 ‘정적’으로 표현해요. 그 절제된 연출이 오히려 더 강하게 감정을 불러일으켰어요. 그리고 라이 쿠더의 슬라이드 기타 사운드트랙은 이 영화의 감정을 완벽하게 끌어올려 줬고요.
트래비스는 뭔가를 얻기 위해 떠난 게 아니라, 남겨진 이들에게 무언가를 남겨주기 위해 돌아왔던 거예요. 그래서 영화는 슬프지만 따뜻했고, 허전하지만 위로가 있었어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은 사람
- 인간 관계의 단절과 회복을 다룬 깊이 있는 드라마를 찾는 사람
- 말보다 ‘공기’로 감정을 느끼고 싶은 사람
- 영화적 여운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사람
특히 가족, 이별, 용서 같은 키워드에 마음이 약한 분이라면… 이 영화는 잊지 못할 감정의 여정을 선물할 거예요.
개인적인 평점
저는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어요. 《패리스, 텍사스》는 조용하지만 강하고, 느리지만 깊은 영화였어요.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어떻게든 말하지 않아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영화였어요. 진짜 가슴으로 기억되는 작품이에요.